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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 가는 비토 토끼의 판소리 창극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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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재길 (211.♡.210.4) 댓글 0건 조회 4,674회 작성일 10-09-3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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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옛날 초등학교 시절의 이솝 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도 토끼와 거북이가 등장한다.
 토끼와 거북이가 한 동네에 같이 살고 있으나 토끼는 항상 거북이를 마음 속으로 느림보라고 깔보며 놀리는 교활함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거북이는 토끼를 항상 순하고 착한 친구로 생각하며 토끼가 놀려도 화를 내거나 무시하지 않고 착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거북이는 순수한 마음에서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한다.  토끼의 마음으로는 느림보 거북이쯤이야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므로 백 번, 천 번을 해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에 경주를 하자고 하였다. 하지만 결국 토끼는 자기의 자만심으로 낮잠을 잠으로 해서 경주에서 지고 마는 교활성을 후회 하고, 진실한 생활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하는 이야기다.
 우화는 해학적이면서도 재미와 감동과 교훈을 동시에 주며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즉 선과 악, 강자와 약자의 두 패턴으로 갈등 하다가 선이 악을 물리치거나 약한 자를 도와서 강한 자를 이기는 권선징악의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 9월 3일 사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연출한 사천 문화원 주최 “용궁 가는 비토 토끼”의 판소리 창극을 보면서 우리 사천시 서포면 비토가 전설적이면서도 살아 있는 설화의 고장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또한 이곳은 우리 민족의 애환을 그려낼 수 있는 고장으로 유엔이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판소리 가사의 연원이 된 곳이라고 한다.

별주부전 수궁가의 배경이 시작되는 비토섬 주위의 선진리 목섬을 비롯해서, 토끼가 밝은 달을 보고 날아올랐다는 월등도와 토끼섬, 거북이섬 등이 비토 앞 바다에 자리하고 있으며, 남해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한 수중 왕궁의 전설적 의미를 부여해 주는 “비토 토생전” 의 배경이 되는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솟은 섬들이 별주부전의 전설속의 이야기로 시작되면서 영특하고 꾀 많은 토끼부부와, 남해 용왕의 총애를 받는 우둔하면서 충성스런 신하 거북이 사이에서 지략과 유혹, 속임수로 픽션이 연출되어 나가는 것이다.

  판소리 창극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남해 용궁의 ‘광리왕’ 이 병이 나자 백방으로 약을 구하여 써 보았으나 백약이  무약이었다. 이 때 심해의 의원 도사가 나타나 하는 말이 왕의 병은 욕심이 많아 백성은 돌보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채우고 주색을 너무 가까이 하여 얻은 병이라고 한다. 이에 왕의 병을 고치려면 토끼의 생간을 먹어야 나을 것이라고 하면서 묘약을 처방해 주었다. 용왕의 신하인 문무대신 문어와 거북이 등 여러 물고기 신하들이 서로 자기가 육지에 나가서 토끼를 잡아 오겠다고 입으로는 충성스런 모습을 보이면서 야단들이나 실제 속으로는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진 신하는 아무도 없다. 그러면서도 혹시 자기가 어명을 받을까봐 두려워하면서 벌벌 떨고 있는 찰라 우둔하면서도 성실한 거북이가 토끼의 간을 구해 오겠다고 나선다.
 
 거북이는 토끼의 화상을 가지고 육지로 나와 토끼를 찾는다. 그러나 만나는 동물들은 토끼가 아니고 호랑이나 멧돼지 원숭이 등으로 육지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약육강식에 의한 힘의 지배로 생사의 기로를 몇 번이고 넘기게 된다. 그렇게 죽음의 고비를 수차례 넘기면서 거북이는 토끼를 만나게 되었다.
 거북이는 토끼에게 지금의 육지 생활은 매우 위험하다고 꼬이면서, 바다 속 용궁은 만사형통 부귀영화와 일확천금을 얻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며 온갖 감언이설로 토끼를 꾐의 유혹 속으로 빠지게 하였다.
 결국 토끼는 거북이의 유혹에 넘어가 거북이 등에 업혀서 바다 속 용궁으로 들어가게 되고 목숨이 위태로운 줄도 모르며 바다 속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되었다.
 
 용왕은 이렇게 수고한 거북이에게 포상으로 잔치를 베풀면서 토끼를 잡아서 생간을 내어 짐의 병을 고치는 약으로 쓰겠다고 하니 그 순간 토끼가 망년자실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한동안 정신을 잃고 있다가 토끼는 묘한 속임수의 지략을 세우게 된다.
 
 토끼는 용왕 앞으로 다가가 교활한 웃음으로 소생은 육지에 살고 있는 많은 짐승들과는 매우 달라서 하늘에 떠있는 달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짐승인지라 항상 달 속에는 계수나무가 있으며, 그 가지에 나의 간을 걸어 놓고 말리고 있는 내 모습이 달 속에 그림자가 되어 비치면서 놀고 있는 모습을 지금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내 말이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지금 당장 바다위로 나가 달을 보면 알 것이라고 교활하게 말한다. 그래서 선보름 1일부터 15일까지 달이 꽉 찰 때 까지는 소생의 간을 계수나무에 걸어두고 깨끗이 소독한 뒤, 후보름 그믐 까지는 몸 속에 넣어서 살아가는데 이 후보름 동안은 계수나무에 걸어두었던 간을 몸 속에 집어넣기만 하면 소독이 잘 되었기 때문에 간이 커지기 시작하여 그믐 때가 되면 약효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면서 명약으로 쓸 수 있는 좋은 시기 이므로 계수나무에 걸어 두었던 나의 간이 지금 용궁으로 나가, 간을 몸 속에 넣고 돌아올 때쯤이면 그믐이라 약효가 최고로 나타날 시기라고 거짓말로 꾐수를 쓰기 시작하였다.
 토끼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용왕은 굳은 표정으로 여러 대신들을 나무라듯이 여봐라! 어째서 내게 이런 다된 일의 변통이 생기는고? 하면서 호통을 친다. 

 그러는 사이 교활한 토끼는 제 목숨하나 쯤이야 죽어서 수중국 만백성의 어버이신 용왕님의 병환을 고칠 수만 있다면 나의 생간 뿐만 아니라 이 육신 전부를 용왕님께 바치겠다고 통곡하면서 용왕궁을 빠져 나갈 완전한 지략을 매끄러지게 세우게 되었다. 이쯤 되면서 거북이에게 원망의 화살을 쏘면서 저기 있는 거북이가 용궁에 가자고 할 때 용왕님의 병환에 저의 간이 특효약이라고 말해 주었더라면 걸어두었던 간은 약효는 적지만 몸속에 넣어 가지고 들어왔을 것인데, 거북이 저놈이 육지 동물들의 생활에 대해서 워낙 무식하고 상식이 모자라는 놈이라, 내가 돌아오는 보름 동안 용왕님의 병이 더 악화 될까 걱정스러우며, 병으로 고생을 더 하게 될 것이라고 거북이를 호되게 몰아친다.
 
 용왕이 토끼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토끼의 간이 그렇게도 신통한 효력을 가진 묘약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토끼에게 짐을 위하여 육지의 계수나무에 걸어두었던 토선생 자네의 간을 가지고 올수가 있겠느냐고 물으니 하늘이 알고 용왕님이 아시는 일인데 두말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면서 지금 당장 거북이와 같이 보내 달라고 한다.
 토끼의 말이 정말 거짓말 같으면서도 참말처럼 맞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에 용왕은 크게 호탕한 웃음을 웃으면서 나의 병은 조금 늦게 고치면 어떠냐! 고칠 수만 있다면 한 달이고 두 달이라도 기다릴 수 있다. 하면서 토끼의 말을 믿고는 거북이에게 토끼를 육지로 잘 모시고 가라고 명한다.
 
 육지에 도달하자 토끼는 ‘이 세상에 자기의 간을 빼어놓고 다니는 정신 나간 놈이 어디 있겠느냐 하면서 간덩이가 부은 놈이나 간을 떼어놓고 다니지, 이 바보 멍청이 같은 거북 놈아 잘 있어라 나는 간다.’ 이렇게 거북이를 놀리고는 다리야 날 살려라 하면서 어디론지 달아나 버렸다.
 거북이는 허탈한 마음으로 용궁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고 육지와 수중을 오르내리면서 용왕에게 지은 죄로 평생 목을 빼지 못하고 살아가는 죄인의 몸이 되고 만다.
 이렇게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 거북이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남해 용왕은 토끼의 간 대신에 토끼 똥을 구하여 먹고 병이 완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용궁 가는 비토 토끼의 판소리 창극” 은 익살로 끝을 맺는다.』

 
  실제 이러한 전설 속으로부터 시작되는 서포면 비토의 자연적 형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토 토끼의 ”별주부전” 속에도 거북이가 남해의 용궁에서 토끼를 등에 태우고 비토섬 월등도 부근에 당도 했을 때 마침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용궁에서 죽음의 직전에서 탈출한 토끼가 거북이의 등에서 바라보니 달빛에 반사된 바다가 월등도의 육지임을 착각하여 이제는 살았구나 하면서 힘차게 거북이의 등을 발로 걷어차며 뛰어내리니 육지가 아니고 바다 물이라 빠져 죽게 되었다. 이렇게 토끼가 물에 빠져 죽어서 섬이 된 것이 ‘비토앞의 토끼섬’ 이 생긴 것이라고 전하여 지고 있으며, 토끼를 놓친 거북이는 남해 용왕으로부터 토끼의 간을 가지고 가지 못한 죄로 벌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곳에서 죽어 섬이 되었다는 것에서 유래된 '거북섬' 이 생긴 것이라고 전하여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 남편 토끼를 남해 용궁으로 떠나보낸 토끼의 아내는 매일 자혜리 돌 끝에서 남해 바다를 바라보며 목이 빠져라 기다려 보았으나 남편토끼는 돌아오지 않자 기다림에 지친 아내는 목이 빠져 죽어서 섬이 되었다는 '목섬'의 전설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 선조들이 남긴 아름다운 설화 문화의 값진 가치로 볼 때, 토끼와 별주부전을 비롯해서 민화나 판소리, 마당놀이 등은 우리들에게 아름다고 지혜로운 교훈을 주는 동시에 우리 선조들이 도덕과 윤리적 가치로 살아왔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그 당시의 삶의 내면에서 표출한 비판과 대립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역사적 상황을 우언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우리들에게 풍자와 더불어 해학과 함께 웃음이 넘쳐나는 재미를 주면서도 풍자와 해학이 서로 별개의 차원에서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면서 서민과 세도가들의 삶이 함께 어울려져 살아가는 가치 공존의 과정이 반영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용궁 가는 비토 토끼의 판소리 공연으로 우리 사천 비토섬이 별주부전의 수궁가 판소리의 애환적 전설이 담긴 고장임을 다시 한 번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사천이 되었으면 한다.

                              2010. 구월 마지막 날
                                  靑松 : 강  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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